'합창'과 '호두까기 인형'을 만날 시간이 왔다

입력 2023-12-04 19:05   수정 2023-12-05 01:21


연말이 되면 국내 주요 아트홀은 쉴 틈이 없다. 온갖 송년 음악회와 발레·무용 공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이즈음 열리는 프로그램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겹치는 이름이 계속 나온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다.

올 연말 공연가도 이들 두 작품이 점령했다. 합창 교향곡은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가 바통을 이어가며 전국 곳곳에서 연주한다. 호두까기 인형 역시 국내 주요 발레단이 나름의 해석을 담아 무대에 올린다.
대한민국에 울려 퍼지는 ‘합창’
합창 교향곡 가사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모든 인간이 형제가 되노라.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서로 끌어안아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에서 빌려온 합창 가사에는 국적과 나이, 성별을 넘어 모두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곡이 전 세계 오케스트라의 ‘연말 단골 레퍼토리’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에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동베를린에서 지휘한 작품도 바로 이 곡이었다. 당시 그는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꿔 부르게 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의 12월 밤도 ‘합창’에 빠진다. 서울시향은 오는 21~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네덜란드 출신 명장 얍 판 츠베덴이 지휘봉을 잡고, 소프라노 서선영·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옆에 선다. 눈에 띄는 건 ‘합창’과 함께 현대음악을 연주한다는 점이다. 서울시향과 LA필하모닉, 밤베르크심포니의 부탁으로 작곡가 신동훈이 쓴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를 아시아에서 처음 연주한다.

KBS교향악단은 20일 롯데콘서트홀,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합창’을 슈트라우스 ‘방랑자의 폭풍의 노래’와 함께 들려준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포디엄에 오른다. 소프라노 홍혜승·메조소프라노 김정미 등이 그와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향 음악감독 시절 ‘합창’을 연말 단골 레퍼토리로 삼았던 정명훈은 이번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합창’을 빚는다. 무대는 롯데콘서트홀, 날짜는 올해 마지막 날이다. 소프라노 황수미·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2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선율이 흐른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미국 신시내티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부지휘자 이승원과 함께 ‘합창’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박소영·메조소프라노 양송미·테너 정호윤·베이스 전승현·노이오페라코러스와 합을 맞춘다. 이 밖에 수원시향(7일·수원SK아트리움), 심포니 송(14일·롯데콘서트홀), 부천필하모닉(27일·부천아트센터) 등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려준다.
발레는 ‘호두까기 인형’ 세상
‘합창’이 연말 클래식 무대의 주인공이라면, 발레는 ‘호두까기 인형’ 세상이다.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100년 넘게 세계 연말 공연장을 전세내고 있다. 성탄절이 배경인 데다 눈꽃 송이를 연상케 하는 무용수들의 군무 덕분에 ‘연말에 가장 어울리는 공연’으로 꼽힌다.

한 소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냈다. 차이콥스키의 감미로운 음악과 남녀 주인공의 우아한 그랑파드되(2인무) 덕분에 ‘발레 입문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국내 발레계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도 어김없이 ‘호두까기 인형’을 들고 왔다. 국립발레단은 9~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유니버설발레단은 21~31일 세종문화회관을 빌렸다. 두 발레단의 작품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재미다.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은 안무가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으로 공연한다. 호두까기 인형이 목각인형(유니버설발레단)으로 나오느냐, 아역 무용수(국립발레단)가 연기하느냐도 다른 점이다.

와이즈발레단(서울 마포아트센터·15~17일)과 M발레단(서울 소월아트홀· 22~23일) 등도 나름대로 해석한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김수현/신연수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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